바이브 코딩의 시대
근래 바이브 코딩을 꽤나 하고 있다.
아니 코딩을 안하고 바이브 코딩만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바이브 코딩 하면서 손코딩도 조금 한다. 근데 그 마저도 할까말까 고민된다. 수정하면 에이전트한테 다시 읽게해줘야하기 때문이다.
나는 클로드 4.5 소넷부터 작업 형식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체감한다. 이건 단순한 도구의 변화가 아니다. 일하는 방식 자체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직접 만들지 않는 것들
나는 이제 많은 것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
문서? 직접 안 쓴다.
PPT? 직접 안 만든다.
이력서? 직접 안 쓴다.
그렇다고 기존 이력서 플랫폼을 사용하느냐? 아니다.
내가 만든 이력서 플랫폼을 사용한다. 정확히는 에이전트와 함께 만들고 사용한다.
GitHub - wonow-playground/resume_builder: 칸바에서 이력서 수정할 때마다 레이아웃이 틀어져서 다시 정렬
칸바에서 이력서 수정할 때마다 레이아웃이 틀어져서 다시 정렬하는 게 너무 귀찮아서 만들었습니다. - wonow-playground/resume_builder
github.com
이 프로젝트는 나 혼자 쓰려고 만든 것이다. 하지만 워크플로우는 단순하고 강력하다.
레포지토리를 클론 받고, 클로드를 켠 다음 터미널에서 Git CLI 명령어를 사용해 내 GitHub 활동 이력을 이력서로 옮겨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끝이다. PR 하나하나를 읽어서 왜 그런 코드를 작성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까지 모두 분석해서 작성해준다.
PPT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굳이 레이아웃을 고민하고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다. 발표용 PPT는 프론트엔드를 잘하는 안티그래비티 같은 에이전트에 맡기면 된다. 템플릿 몇 개만 만들어 놓으면 알아서 잘 만든다. 솔직히 디자인적으로는 나보다 뛰어나다.
암기의 종말
이런 변화를 겪으며 문득 생각이 든다.
"달달달달 외우는 게 앞으로도 필요할까?"
프로그래밍적 경험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의도하는 방향으로 정말 잘 만들어진다. 물론 코드는 읽어야 한다. 내 의도가 제대로 구현되었는지 확인은 해야 하니까.
하지만 얼마 안 가 모델이 개선되고, 컨텍스트 처리 능력이 향상된다면 확인해야 할 양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중요한 건 문법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의도와 방향성이다. 세부 구현은 에이전트가 더 잘할 수 있다.
개발의 방향 전환
개발해야 할 분야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사람이 쓰던 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에이전트가 사용할 도구를 만든다. UI/UX의 중심이 사람에서 에이전트로 이동하고 있다.
버튼과 폼, 예쁜 인터페이스 대신 명확한 API와 스키마, 그리고 에이전트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화된 데이터가 중요해진다. 개발자의 역할은 '구현자'에서 '설계자'로, '타이핑하는 사람'에서 '의도를 명확히 하는 사람'으로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개발자
이 모든 변화 속에서 개발자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첫째,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 에이전트는 명확한 문제 정의가 주어졌을 때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
둘째, 시스템을 이해하는 능력. 코드를 직접 타이핑하지 않더라도, 전체 아키텍처와 데이터 흐름을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결과를 검증하는 능력. 에이전트가 만든 결과물이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예외 상황은 없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에이전트와 협업하는 능력. 프롬프팅은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래밍 언어가 되어가고 있다.
마치며
모든 형식이 변하고 있다.
코딩하는 방식, 문서 작성하는 방식, 이력서 쓰는 방식, 심지어 개발의 목적 자체가 변하고 있다. 이 변화는 거스를 수 없고, 되돌릴 수도 없다.
질문은 "이 변화를 받아들일 것인가"가 아니다. "이 변화 속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다.
나는 계속 바이브 코딩을 할 것이다. 그리고 에이전트가 사용할 더 나은 도구들을 만들 것이다. 이것이 2025년, 아니 그 이후를 살아갈 개발자의 모습이라고 믿는다.